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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나는 취업에 대해 막막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장점 또는 내가 잘할 것 같거나 잘하는 직무가 무엇인지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고, 이미 마음에 품고 있던 분야와 구체적으로 소망하던 회사들이 몇군데가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회의 첫발을 내딛고자 준비하던 시기에, 내가 원하는 회사들의 공고만 때를 기다리며 지원을 했었다.
 

한방은 없다.

한 곳은 산짐승도 돌아다니는 지방이었지만,
자취에 대한 로망을 그리며 큰 고민 없이 지원을 했다.
심지어 면접도 잘봤었다.
내 스스로도 만족스러웠고, 같이 면접보던 분도 나에게 붙을 것 같다고 할 정도였으니. 오죽했으면 나도 100% 확신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탈락.
너무 멀었기에 오히려 잘됐다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탈락이라는 경험은 우울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자극시키는 것으로 나는 괜찮았지만, 괜찮지 않았다.
 

가장 못 본 면접에 합격

다행히 기도와 말씀으로 내 마음을 잘 다독이며, 지내는 와중 내 인생 가장 못 본 면접이 있었다. 면접 당일, 아무도 안와서 나 혼자 2:1로 면접을 봤다.(알고보니
다른 시간대에 지원자들이 있었다고 함)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면접보는 동안 “네, 아니요”로만 대답했었다. 끝나고서 나는 망했구나 싶었는데…세상에나..합격했다.
내가 잘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잘 못했다고 안되는 것도 아닌, 내 힘과 능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으로 하시는 것임을 실감했다.

첫직장은

집에서 좀 멀었지만 일은 내 기질과 잘 맞았다.
동료분들도 너무 좋았다. 다양한 연령대에, 여초집단에만 있을 것 같은 편가르기나 무리지어 다니는 게 없었다.
그리고 또래 동료도 늘어나면서 회사생활이 좋았다. 하지만 2년 후 또래 동료들이 다른 세상을 찾아 줄줄이 퇴사하게 되면서 회사는 황량함이 가득했었다.
그나마 있던 젊은이 중 하나인 내가 다른 팀으로 지원하면서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짙어졌었다.

개편에 따른 새로움

이런 와중 큰 개편이 생겨 내가 근무하던 사무실이 없어지고 서울 사무실로 이동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다른 업무로 빠지게 되었고 나와 동료 한분만 서울 사무실로 이동하여 기존 업무를 계속하게 됐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속으로 간다는 건 여간 내키는 일이 아니였다.  게다가 새로운 사무실의 분위기는 내가 있던 사무실과는 다른 곳이라 걱정이 많았다.

회사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

같이 이동한 동료가 1년 정도 다니고 퇴사를 했다. 나는 이제 혼자가 되는 건가 싶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기존에 있던 동료분들이 나를 챙겨주면서 어울리게 되었고, 4명이 한팀이 되어 아침에는 티타임을 가지며 삶을 나누고 점심에는 요리를 해먹는 등의 추억을 쌓았다. 이 당시 회사가 정말 너무 즐거웠다. 회사사람은 내 사적인 범위에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틀을 깨준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같이 가기도 했었다. 다시 생각해도 행복했던 시절로서 그 시간을 함께해준 동료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또 개편, 버티고 버티고

그런 나날들을 보내는 와중에 법인이 바뀌는 큰 개편이 생겼다. 기존 업무보다 어렵지만 배워두면 경력이 되는 업무였기에 잦은 야근을 감당하며 타지역에 있는
사무실을 통근하며 일을 배웠다. 힘들었지만 내게 유익이 있었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업무를 배우는 중에 역대급 업무까지 이중으로 진행되자 점점 몸이 축나고 나의 개인적인 삶을 모두 잃게 됐다. 잠만 자는 집과 회사가 전부인 일상은 너무 피폐했고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라는 고민이 자주 들었다. 자정이 넘어서 집에 도착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가는 날들 속에서 더이상 안되겠다 싶었고, 퇴사에 대한 확신은 커져갔다.

퇴사에 이르기까지

처음 퇴사를 마음먹고 마음 맞는 동료들에게 먼저 말을 했다. 마음이 생각보다 확고했기에 동료들의 설득은 나를 흔들 수 없었다. 그리고 상사에게 말씀드리기 하루 전, 가장 연장자이신 동료분이 이 시기만 지나면 개인의 업무량은 줄고,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이란 말로 결국 나를 설득하셨다. 일리있는 말씀이라 생각했기에 퇴사에 대한 마음을 뒤집었다.

진짜 퇴사!

번복한지 2주? 정도 지날 쯤, 여전히 난 바빴고 할 일은 많았고 모르는 건 많아서 막막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니 이제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내 마음이 버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동료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었는데, 첫직장인 곳에서 결혼도 하고 싶었는 데..이 모든 걸 포기할 만큼 내 마음은 이제 버틸 힘이 없다고 시름시름 앓았다. 그렇게 나도 내 마음을 설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퇴사라는 최종선택을 할 수 있었다.
퇴사 절차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결재도 나고, 퇴사일과 업무도 수용가능한 범위에서 조율되었다. 진짜 도래한 퇴사일, 내 첫직장인 만큼 길었던 곳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음미하며 퇴근할 줄 알았는데, 개뿔. 마지막까지 업무정리를 하며 6시 넘어서야 업무로부터 도망치듯 헐레벌떡 나왔다. 그렇게 나의 젊은 시절을 함께한 회사와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미련없이 이별했다.



그래서,

이런 흐름에서만 본다면 내 퇴사는 회사업무에 지쳐서 나가떨어진 것으로만 보일 수 있겠지만, 내 삶의 시간으로 볼 때, 이번 시기가 새로운 전환이자 젊은 날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겠다는 어떤 직감으로 다가온 것도 있다. 그래서 더 미룰 수 없겠다는 마음 60%에 더이상은 못한다는 외침 40%가 더해져 100%의 퇴사를 완성했다. 도전이란, 마음 한 켠에만 담아두고 있던 무언가를 실행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무엇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어떻게?

쉼이 가장 절실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재정을 배제할 수 없으니, 쉼과 다음 시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지탱해줄 여건을 만들고자 실업급여 조건부터 채우려고 한다.
그 다음은 제주도 한달살기, 해외여행, 댄스학원, 다음을 위한 준비 및 공부를 하려고 한다. 모두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중 중요한 것과 실행가능한 것들을 추려서 진행해보려고 한다.

다가올 나의 삶이 기대가 된다. 잘 살아가보자 !




✨퇴사 직전, 퇴근 후의 사진들✨

이 다리만 건너면 여의도이자 한강에 갈 수 있다. 이리 가까운데도 지난 6년 반을 다니는 동안, 혼자 한강을 간 적이 없었다. 이 날은 앞으로 “퇴근 후 홀로 한강에 가다” 라는 문장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울적한 겸 가봤다.


날씨도 선선하니 좋았던 한강.

퇴근 후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아뿔사. 카드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나왔다. 카드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끔찍하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회사로 가던 길. 달과 파란 저녁하늘로 어우러진 풍경이 예뻐서 찰칵.


안녕,
나의 첫직장이자 직장생활 중
가장 젊었던 시간을 보낸 곳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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