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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퇴사 후 가장 먼저 한 일.
내 몸과 건강을 돌보기 위한 첫 시작인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스트레스와 나를 돌볼 수 없던 시간들

나는 두드러기, 장염 같은 것 빼고는 수술이 필요하거나 일상에 지장이 될 만큼의 큰 질병을 앓아본 적이 없다. 더욱이 맹장을 떼낸 적도 없고 위경련, 위염, 역류성식도염, 만성 편두통 등을 겪어본 적도 없다. 생각보다 건강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업무가 바뀌고 더 바빠지면서 소화불량과 변비가 생기기 시작했고, 퇴사 직전에는 야근과 점심, 저녁 모두 사먹거나 배달해 먹으면서 왼쪽 갈비뼈 밑 부근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까지 생겼다. 일시적인 통증이 아닌 계속 아팠다. 병원을 가야했지만 회사의 큰 이슈들로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했기에 쓰러지지 않는 이상 연차는 낼 수 없었다. 내 삶도 잃고 내 건강도 잃어가는 이 삶은 내게 나쁜 것이었다. 그래서 더 빨리 퇴사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다짜고짜 대학병원부터 예약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고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크게
아픈 적이 없다보니 장기간의 복통이 내게 큰 질병처럼 느껴져서 대학병원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내 증상과 함께 친할머니께서 췌장암으로 돌아가셨으니 췌장부터 검사해야겠다 싶어서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의 외과 췌장 전문의께 예약을 했다.
진료실에 처음 들어가자마자 의사샘은 증상을 물어보셨다. 나는 소화불량, 복통, 황달끼에 대해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황달끼가 어딨냐며 손바닥을 펴보라고 했다. 그렇게 의사샘과 내 손바닥을 비교해보니 내 손바닥은 의사샘에 비해 붉고 혈색이 있었으며 오히려 선생님 손이 노랬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병원소견서가 있냐고 하셔서, 그런 건 없다고 하니, 그럼 최근에 복부초음파나 위내시경, 혈액검사 등은 받은 적 있냐고 물으셨고, 작년에 받았었다고 했더니 왜왔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그럼 기본적인 검사부터 하겠냐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초음파 검사를 예약하고 나왔다.
진료실에서 나온 후 내가 2차 병원 먼저 가봤어야 했음을 깨달으며 허탈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더욱이 병원 복도를 지나면서 보이는 걱정과 근심이, 또는 무기력함이 가득한 얼굴들, 침상에 누워서 이동되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내가 이 복통 하나로 너무 호들갑 떨었구나 싶어졌다. 그렇게 부끄러움도 잠시, 빠른 검사를 위해 곧바로 동네병원으로 갔다.



옥길동 연세수내과의원

내가 간 병원은 이미 친구에게 입소문으로 들었던 연세수내과다. 이미 이곳에서 복부초음파를 받았던 적도 있어서 다른 곳을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예약은 안된다고 하여 직접 방문하여 대기했다. 대표원장님은 대기자가 많아 기다리다가 결국 가장 빠른 선생님으로 변경했다. 선생님은 내 증상을 들으시고는 위염인 것 같다고 하시며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내시경에 대한 의사를 비추니 내시경도 접수해주셨다.
진료실 후 상담실 같은 곳에서 내시경 예약일과 대장을 비우기 위한 장정결제 선택과 추가 검사에 대한 부분들을 상담해주셨다. 나는 이왕 내시경 하는 겸 심전도검사, 혈액검사도 받기로 했고, 대장을 비우기 위한 방법으로는 친구에게 알약이 훨씬 수월하다고 추천받았던 터라 5만원 더 내고 오라팡을 선택했다. 나중에 생각해도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참고로 심전도 검사는 진료 당일에 진행했고, 혈액검사는 내시경 당일에 진행했다.



갑작스레 다음날로 내시경 날짜 변경

진료 후 일주일 뒤에 내시경을 받기로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내시경을 하려면 당장 내일밖에 시간이 안되어서 급히 병원에 문의했다. 다행히 요즘 속이 좋지 않아서 어제 식사를 조금만 먹었고, 당일에도 약간의 아침밥 먹은게 전부라고 하니 가능하다고 하여 바로 다음날로 예약을 잡았다. 그렇게 점심 때부터 금식을 시작했다.



장정결제 오라팡 알약으로 대장 비우기

알약은 검사 전날 저녁 7-8시, 검사당일 새벽 4-5시경에 각각 14알씩 나누어 먹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 타임마다 2~3알씩 나누어 30분 내에 총 14알을 모두 삼키고, 1시간 동안 2L의 물 또는 이온음료를 마셔야 한다.
병원에서는 물로만 삼키면 힘들 수 있으니 이온음료랑 마시라는 팁을 주셔서, 이온음료로 좀더 수월하게 삼킬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알약과 물을 삼키자마자 몇분도 안되어서 바로 화장실로 뛰쳐갔고, 그렇게 한타임에 1-2시간 정도를 화장실에 있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 물밖에 나오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대장이 잘 청소되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양도 많은데 두툼하게 생긴 알약



내시경 당일, 병원 방문

새벽까지 속을 비우고, 아침 일찍 출발하여 병원 오픈 시간 전에 도착했다. 당연히 내가 일등일 줄 알았는데, 이미 할머님 한분이 먼저 와 앉아계셨다. 앉아서 대기하고 있다가 이름을 불러주시면 설명과 함께 갈아입을 옷을
받게 된다.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인데, 저 가운이 전부가 아니라 그 안에 상의, 하의으로 이뤄진 병원복을 입고 겉에 보라색 가운을 걸치게 된다. 아마도 전부 탈의한 후 병원복만 입고 대기실을 왔다갔다 해야하니, 민망하지 않도록 외투처럼 하나 더 걸치는 개념인 것 같다.


가운을 입고 이렇게 혈압까지 재고 앉아 있으면 또 순서가 될 때 불러주신다. 난 내가 저혈압인 줄 알았는데, 평균 정상범위에 속한다.


으악. 이 주사 바늘은 혈액검사 때 꽂은 것으로 수면마취할 때에도 필요한 거라 내시경하러 들어갈 때까지 꽂고 있어야 한다. 으! 피 뽑는 것도 끔찍한데 이렇게 바늘을 계속 꽂고 있어야 하다니!!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시작

내시경실로 들어가면 수술실 마냥 침상들이 여러개가 있다. 그러면 침대 위로 올라가서 왼쪽을 보고 다리를 약간 접어서 새우처럼 누우라고 한다. 그리고 수면마취가 진행되는데, 마취 경험은 없던 터라 마취가 안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기억과 장면을 마지막으로 기절했다. 스르륵 잠드는 과정 없이 블랙아웃이 된다. 완전 신기ㅎㅎ

옆에 어떤 아저씨가 자꾸 자기가 술취한 것 같다고 이상하다고 횡설수설 하는 소리에 점점 내 의식이 수면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의식은 있었지만 더 자고 싶어서 계속 누워있는데 간호사님이 나를 깨우시더니 어지럽냐고 물으셨다. 어지럽다고 하면 더 자게 해줄 것 같아서 좀 어지러운 것 같다고 했는데, 이런 꼼수를 부린 사람이 많았던 건지 아니면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게 보였던 건지 나가서 대기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하셨다 ㅋㅋ
머쓱하게 네, 라고 대답하고 나가서 앉아 있는데 아저씨의 횡설수설에 시끄러워서 깬 게 좀 짜증났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깬 느낌이라. ㅡㅡ


내시경이 끝나고

그렇게 깬 것 외에는 신세계였다. 수면마취로 수치스러울 장면은 기억에 없고, 끝난 후에 아프거나 불편한 곳도 없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목구멍이나 다른 곳이 아픈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멀쩡했다.
검사 결과는 내시경 직후, 대표원장님께 직접 설명을 듣게 된다. 내 위랑 대장 사진도 보여주시는데, 위와 대장이 다 깨끗하고 위염과 역류성식도염이 살짝 있는 정도라고 하셨다. 그리고 조직 일부를 떼어서 검사도 진행하는데, 그건 시간이 걸려서 이후에 재방문하면 결과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크게 이상이 없다고 하시니 안심이 됐다. 그리고 내가 느낀 복통이 위염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통증이 위염이구나..아하.



검사 후 약타기, 죽먹기, 실비 신청하기

병원에서 나와서 약국으로 가 처방해준 약을 탔다. 그리고 검사를 마친 후의 절차로서, 아직 속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서 근처 본죽을 찾았다. 전복죽을 먹었는데 본죽은 죽도 그렇고 반찬도 다 맛있다. 냠냠냠.
죽을 먹고 바로 우체국을 방문했다. 병원에다가 실비 신청할거라고 하면 알아서 서류를 주시는데, 가지고 우체국으로 가서 실비 청구를 하면 된다. 질병코드는 없었지만 이전에도 그렇고 대면으로 접수하면 다 나오더라.
실비가 입금되기 까지는 약 일주일 소요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인생 첫 위와 대장내시경은 오라팡 알약과 수면마취로 인해 고통없이 수월했다. 이후에도 이상이 있으면 흔쾌히 받을 의향이 있다. 이상이 없어도 5년 이내로 건강검진 시기가 도래하면 받을 생각이다. 내시경은 알약으로 무조건 추천!!

그리고 아직 내가 젊긴 한가보다. 용종 하나 없이 깨끗한 것을 보니. 감사했다. 그리고 그동안 일이 우선이라 내 몸을 소홀히하고 챙겨주지 못한 것에 미안했다. 앞으로는 내 몸과 건강 더 잘 챙겨줘야지.

그나저나 위염은 알겠는데, 역류성식도염은 의외였다.
음, 먹고 누운 적은 없으니 밀가루와 인스턴트 음식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제 퇴사도 하고 삶의 여유도 생겼으니 식단부터 건강하게 세워나가야지.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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