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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시간이 많아지고, 여유가 생기니 갑작스레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다가왔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SNS에서는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이렇게 따라만 하면 된다라고 하면서 비싼 차와 시그니엘과 같은 좋은 집과 명품들을 보여주며 너도 그렇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마구마구 쏟아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 속에 이런 메시지에 노출되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뒤쳐지고 있다고 생각됐고, 이 시간마저도 나는 퇴보하고 있는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와중에 자전거를 타다가 인도로 넘어가는 턱에 내동댕이 쳐졌다. 오른쪽으로 넘어지면서 오른쪽 무릎과 손바닥, 어깨를 다쳤다. 왼쪽 발목도 크게 멍이 들긴 했는데, 오른쪽 부상이 더 컸다. 까지고 쓸린 거라 아렸다. 고통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다치는 것도 너무 싫어서 항상 조심하는 편인데, 그동안 턱을 잘 넘어 다니면서 우쭐해졌다나보다.




갓구운 거라 뜨거워서 흐리게 찍힘

내 잘못이긴 한데 괜히 서러워서 다달한 걸로 위암 삼고자 최근에 맛있기 먹었던 쑥꽈배기를 사 먹었다. 바로 튀겨주시기 때문에 바삭하고 맛있다. 꽈배기로 마음을 가다듬고 부러지거나 찢어진 게 아니라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쩔뚝거리며 다시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본 제주 일몰

아픈 부위를 대충 씻어내고 데이밴드를 붙였다. 쓰라린 통증. 아프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내 몸이 우선이니 요양한다고 생각하고 분리수거와 머리 감기, 빨래, 청소를 다 미루기로 했다. 최소한으로만 움직이기로. 자전거도 한동안 안 타기로 했다. 꼭 나갈 일이 있다면 장보기 정도일 것 같은데 그건 버스 타기로. 생각해보니 책 대여하길 참 잘했다.



아픈 설움에 친구랑 통화가 하고 싶어졌다. 약 4개월 전 산에서 추락하여 크게 다친 후 몇 개월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던 친구인데, 이 시간을 말씀과 기도로 잘 견뎌냈던 대단한 친구로서 괜스레 위로받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친구의 제주도에서 잘 지내냐는 물음에 최근 올라온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고백했다. 친구는 지금 쉬러 간 건데 왜 그런 생각을 하냐며 이후 같이 중보기도를 했다.



통화가 끝난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생각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좋고 나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며, 필요한 것이다. 내가 내 삶을, 또는 가족들에 대한 책임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마냥 미래에 대항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런데 제주의 짧은 한 달의 시간 동안 내가 이렇게 불안하고 조급해하는 것이 옳은 가. 앞으로도 약 반년 정도 쉴 생각인데, 그 반년 중 이 한 달을 이렇게 보내는 건 맞는가… 생각할수록 옳지 않았다. 자연 속으로 이렇게 큰 비용을 지불하고 왔다면, 나는 제대로 쉼과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시 마음을 정돈했다. 마침(?) 몸도 다쳤으니 더 휴식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하고픈 대로, 가장 내가 편한 대로 지내기로 했다.



그렇게 편한 대로 지내는 제주도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밥 먹고 영양제 챙겨 먹고, 자전거 타고, 책 읽고, 장보고, 청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인데도 나에겐 몸에 밴 습관이 아니라 그런지, 하나씩 세워나가는 것들이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바로 그런 일상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으니. 그러니 이 시간들의 평범함을 특별하지 않다고 나무라지 않고 이렇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소파에 앉아서 바라보는 창문 너머의 배경만으로도 행복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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