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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쳤으니

할렐루야! 새벽에 장대비가 내렸으니 다음날은 비가 안 오지 않을까 했던 내 예상처럼 비가 그쳤다. 일기예보도 보니 오늘은 비소식이 없다. 오늘까지 온다고 하더니, 제주도의 날씨는 변함없이 변화무쌍하는구나! 덕분에 비가 그쳤으니 신나서 당장 머리를 감고 옷을 입고, 먹고 나갈 첫끼를 준비했다. 오늘의 일용할 양식은 토달볶(토마토달걀볶음)! 그리고 양파가 많기 때문에 부지런히 먹고자 썰은 양파와 쌈장, 귀리밥을 차렸다. 귀리밥이 고소하니 참 맛있다. 토달볶은 물이 많고 달걀이 얇게 볶아져 이상했다. 토마토가 토한 줄ㅎㅎ 오늘 장보러 가서 후추랑 파슬리를 살거라 다음번 토달볶은 맛있을 거라 예상해 본다.







숙소 사장님의 자전거 대여

사장님께서 미리 바퀴에 공기를 넣어주신 자전거. 두 대가 있었는데 내가 타기엔 사이즈가 너무 크지 않는 흰색 자전거가 딱이었다. 가야 할 곳은 다이소와 마트. 표선으로 가느냐 남원읍으로 가느냐로 길이 정반대로 나뉜다. 남원읍이 미세하게 좀 더 가까운 것 같으나 내 마음은 표선이 더 끌렸다. 아무래도 숙소를 알아봤을 당시, 표선 쪽으로 알아봤던 여운 때문인 것 같다.
첫 장소는 다이소로, 네비상 자전거 타고 30분 안팎으로 나왔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오르막길도 있어서 1시간 정도 걸렸다. 출퇴근이라는 기본 걷기조차 안 하는 요즘이라 근력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시작부터 허벅지와 무릎에 고통이 찾아왔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도착한 다이소에서 살 것을 사고 근처 하나로마트를 갔으나 해당 위치에는 공사현장이 보였다. 어쩌지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바로 건너편 골목으로 식자재마트가 보였다. 이런 때 쓰는 말, 오히려 좋아! ^0^







표선의 해안도로를 따라

마트가 멀어서 한번 나왔을 때, 사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담다 보니 가방의 무게가 꽤 나갔다. 숙소에 가서 해먹을 마약토스트를 생각하니 식빵을 포기할 수 없어 기어코 사서 자전거 손잡이에 걸고 숙소를 가려는데, 알아뒀던 표선도서관이 바로 근처라 가보기로 했다. 가보니 표선도서관은 표선해수욕장 근처였다. 책을 빌리고 싶지만 아직 어떤 책부터 읽어갈지 리스트를 생각해두지 않은 상태라 구경만 하고 나왔다.


돌아가는 길은 표선해수욕장과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갔는데, 세상에! 표선의 바다가 무거운 구름 사이로 보이는 맑은 하늘에 비쳐 제주 바다란 이런 것이다! 하고 자랑하는 듯 제주스러움을 보여줬다. 거기에 카이트보딩을 하는 사람들. 우와 처음 본다. 내년 여름에는 표선 해수욕장에서 카이트보딩을 해야겠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길마다 검은 바위와 파도치는 바다, 구름 사이사이의 파란 하늘, 세게 불지만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몹시 좋았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 이것 때문에 제주도에 왔구나 싶었다. 제주살이 동안에는 자주 바다 구경을 해야겠다. 캬.






숙소 복귀, 이른 저녁 먹기

숙소에 도착 후 계산해 보니 외출시간이 총 3시간 30분이었다. 장보기 및 운동으로 치면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는 시간인 것 같다. 장본 것을 풀어보니 생각대로 많이 사긴 했다. 비가 와서 나갈 수 없는데 냉장고에 먹을 것이 별로 없어서 불안해했던 날의 여파라 할 수 있다. 이 외 부피가 크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쿠팡으로 주문했다. 2일 후에 배송받을 수 있다 하니, 섬이라고 배송이 오래 걸릴 거란 생각은 육지사람의 착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번 택배도 2일 만에 왔으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만들어 먹은 마약 토스트! 그리고 계속 먹고 싶던 과일들! 어느덧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샤인머스캣. 그리고 귤 사려다가 더 맛있어 보였던 황금향. 이 두 과일의 달콤함과 상콤함이 너무 맛있었다. 그래, 과일의 이 신선함과 달콤 새콤한 맛이 그리웠던 것이야~ 냠냠





제주도의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것

식사를 마치니 저녁이 되었다. 영화 하나 보려다가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짧게 산책 겸 밖에 나가 통화한 후 돌아왔다. 영화 보기엔 늦은 것 같아 씻고 오늘의 첫 외출을 기념하고자 글을 써내려가다 보니 어느덧 밤이다. 큼직하게 보면 장보고, 밥 먹고, 친구와 통화 후 씻고 글 쓴 게 전부인데 하루가 다 갔다. 이런 일상만으로도 시간이 빠르게 가는데, 회사생활하면서는 내 개인적인 일상을 하루에 끼워 넣으니 항상 시간이 없다고 느낄 수밖에.. 또 나는 뭘 하나를 해도 여러 시행착오와 소요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니 하루가, 시간이 늘 부족했다. 제주도의 한달살이는 정해진 일과 속에 끼워 넣어야만 했던 내 개인적 삶과 과정들을 내 속도대로 살아도 되는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하루라는 의미를 가진 듯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 30일 동안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그러니 바쁘게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된 것 같다. 제주도로 떠나는 나에게 지인들이 자주 하던 자유롭게 누리며 지내라는 말이 이런 의미구나 싶다. 하루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속도의 느림도 존중하게 되리라. 앞으로도 이 날들이 내게 주는 의미들을 알아가고 싶고 느껴가고 싶다.



오늘의 제주살이는 여기까지. 굿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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